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와 알고리즘 매매에 대하여

삼성증권 준법감시인 심사필 제20-B0894호(2020.03.20 ~ 2021.03.19)

알고리즘 매매란 무엇인가?

 

최근 "알고리즘 매매"에 의해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유래 없이 크게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고 시장의 상승과 하락이 매우 짧은 시간에 큰 규모로 이루어지는 현상 때문입니다. 한편, 여기서 "알고리즘 매매"이란 말 그대로 관리자가 미리 짜둔 특정 수식에 맞춰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안타깝게도 정확한 통계치는 발표되고 있지 않지만, 일부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국시장의 주식거래 중 대략 50~70%가 알고리즘 매매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정(미국시장 기준)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지수 추종 상품(ETF등), FX시장이나 상품 선물 시장에서 알고리즘 매매는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 미국 주식시장의 투자자별 구분 ]

자료: Tabb Group, Financial Times, 삼성증권

 

알고리즘 매매의 역사

 

알고리즘 매매가 비록 최근 이목을 끌고 있지만, 생각보다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컴퓨터, 인터넷 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성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당시에는 이른바 HTF(High Frequency Trading: 초단타/고빈도매매)가 유행하며 알고리즘 매매는 발전하게 됩니다. 여기서 HFT매매란 예를 들어 미리 설정해 놓은 시장상황과 괴리가 나는 상황이 발생 시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하여 재빠르게 매매 후 포지션을 청산하는 방법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매매가 많아지다 보니 상대방 보다 빠르게 거래를 성공시켜 수익을 달성하고 다시 매도하여 현금화 하는 전략이 중요해졌습니다. 선물거래 알고리즘 매매 전문가들은 경쟁업체보다 빠르게 주문을 체결시키기 위해 거금을 들여 통신회선을 구매하기까지 한 사례도 있습니다.

 

[ 알고리즘 매매의 유형과 거래 비중 ]

자료: Investopedia, TABB Group, 삼성증권 참고: 비중(전체 미국 주식시장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HTF(High Frequency Trading: 초단타/고빈도매매) 매매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이른바 헤지전략, 변동성 타겟팅(Vol targeting), 리스크 패리티(Risk Parity)전략 등에 의한 매매는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합니다. 오늘 중점적으로 말씀 드리고자 하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먼저 최근의 알고리즘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전략이 과거의 전략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최근의 전략은 과거의 전략과 지향점이 다르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지향점이 다르다니,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간략하게 말씀 드리자면, 과거 HTF(High Frequency Trading: 초단타/고빈도매매)가 알고리즘 매매를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한 전략이었다면 후자는 알고리즘 매매를 통해 손실을 통제하는 전략이라는 데서 명확한 차이점이 있는 것입니다.

 

변동성 타겟팅 전략과 리스크 패리티 전략

 

이해를 돕기 위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알고리즘 전략(변동성 타겟팅 전략과 리스크 패리티 전략)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변동성 타겟팅(Vol targeting) 전략은 쉽게 말해 변동성이 축소되면 레버리지 비율을 올리고 변동성이 확대되면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는 방법(2018년 블룸버그 추정 3500억달러 규모 추정)입니다.

예를 들어, 시장의 변동성이 평균적으로 100을 지속하다가 80으로 축소된다면 자금을 차입하여 투자 비중을 확대합니다. 반면, 변동성이 이후 120으로 확대된다면 차입했던 비중을 크게 축소시키는 주문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최근과 같이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미리 설계된 구조에 따라 프로그램이 기계적으로 레버리지(차입) 비중을 크게 축소시키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더욱이 올해 초 낮은 변동성 장세가 지속됨에 따라 변동성 타켓팅 전략을 표방하는 펀드들의 레버리지(차입) 비율은 매우 빠르게 확대(블룸버그 기사 참조)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이미 레버리지(차입) 비율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다 보니 레버리지(차입) 축소를 위한 매도 물량이 시장에 더 크게 출회되고 있다는 추측도 일각에선 제기하고 있습니다.

 

[ 미국 VIX지수 직전 15년 추이 ]

자료: Refinitiv, 삼성증권 * Vix지수: 미국 시카고 옵션거래소에 상장된 S&P500지수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나타낸 지수

 

다음으로 소개드릴 리스크 패리티(Risk Parity)전략 역시 시장의 변동성 지표에 주목하는 알고리즘 매매 전략입니다. 해당 전략은 자산배분형 헤지펀드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변동성이 높아진 자산은 리스크 축소를 위해 투자비중을 낮춰 배분하고 반대로 변동성이 줄어든 자산에는 높은 투자비중(리스크 확대)을 배분하여 매매를 실행합니다. 예를 들어 주식의 변동성이 확대된다면 투자 비중을 줄여,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령 채권에 투자비중을 늘리는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구조입니다.

앞서 말씀 것처럼 해당 전략들의 목표는 리스크(위험)에 대한 효율적 관리입니다. 그런데 최근과 같은 시장상황에서는 의도치 않게 오히려 시장의 더 큰 하락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동성 확대에 따른 비중 축소 물량이 추가로 출회될 경우 시장이 더 크게 하락하게 되는 원리 때문입니다. 나아가 해당 전략을 표방하는 펀드들은 꾸준히 성장세를 지속하며 규모를 키워왔습니다.

 

[ 변동성 타겟팅, 리스크 패리티 전략 관련 ]

자료: Annuity Insights, Barclays Capital, Barclay Hedge, IMF, 삼성증권

 

알고리즘 매매에 대한 규명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

 

비록 최근 알고리즘 매매가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크게 확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변동성 축소기에는 오히려 더욱 시장이 크게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알고리즘 매매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딱 잘라서 이야기 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더불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문 물량에는 알고리즘 매매에 대한 꼬리표가 붙어 있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지금 체결되고 있는 거래 물량이 알고리즘 매매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누가 언제 어떻게 주문을 내는지 알 수 없는 알고리즘 매매 이기에 이를 현재 상황에서 규제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우려 주문제출시스템(DMS)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방안 등이 논의 되었으나 아직 업계에 적용되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말 힘든 시장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바이러스가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얼마나 오래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지 쉽게 예단하기 어렵게 됨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당분간 알고리즘 매매에 대한 논란은 계속해서 분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노력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현재의 급격한 변동성 장세 역시 해소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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