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Iran)사태가 원유가격에 미칠 파장

삼성증권 준법감시인 심사필 제20-B0116호(2020.01.10 ~ 2021.01.09)

이란사태에 유동치는 국제 유가

 

미국과 이란의 분쟁이 재차 격화됨에 따라 잠잠했던 국제 유가가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적 해결의지를 공표함에 따라 국제 유가는 다시 하락했으나, 아직 안심하긴 이른 상황입니다. 석유는 에너지를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에게 있어 아킬레스건과 같은 대상입니다. 석유 가격이 불안정해질 경우 산업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을 지난 수십 년 간 경험한바 있습니다.

 

[ 국제유가 추이 ]

자료: Refinitiv, 삼성증권 참고: Crude Oil-WTI Spot Cushing U$/BBL(2015년 1월 8일 ~ 2020년 1월8일) * 과거의 유가 수익률이 미래의 유가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석유 수급 상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1.16억 배럴의 석유를 수입하며 석유를 수입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수입량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지속해서 커졌고 이에 맞춰 석유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연평균 10억 배럴(2010년 1월 이후 기준)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경제규모와 걸맞게 석유 소비량 부문에서 전세계 10권 이내 순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의 원유수입량 및 원유수입액 추이 ]

자료: 한국석유공사, e-나라지표, 삼성증권 기간: 2010년 1월 ~ 2019년 8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많은 석유를 과연 어디에서 수입해오는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너무 당연한 만약 중동지역에서 수입해오는 석유 규모가 클 경우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은 큰 위협으로 다가 올 수 밖에 없습니다. 해당 지역이 현재 분쟁 지역인 이란이라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현황은 어떨까요?

 

[ 우리나라의 원유수입량 및 원유수입액 추이 ]

자료: 한국석유공사, 삼성증권

 

위의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전체 석유 수입량의 80% 내외를 중동지역으로부터 조달해오고 있습니다. 사우디에서 약 30%를 수입하며 쿠웨이트, 이라크 순으로 많은 석유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시 말해 중동지역의 정세는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핵심 사항인 것입니다. 다만, 다행인 점은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해 이란산 석유 수입의존도가 크게 줄었다는 점입니다. 2017년 한때 석유 총 수입량의 13.2%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했으나 2018년엔 5.2%까지 비중이 낮아졌습니다.

한편, 산업별로 보았을 때 수입된 석유의 절대 다수(97.15%, 2018년 기준)는 화학제품업 분야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석유가격은 화학제품 산업의 실적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 밖에 다른 산업분야에서 사용하는 석유량은 이에 비해 미미한 수준입니다.

 

전세계 석유시장을 살펴보면?

 

이번엔 전세계서 확인된 원유 매장량의 규모를 살펴보겠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존에 확인될 수 없던 지역에 매장되어 있던 원유들이 확인되었습니다. 2018년 기준 20년전인 1998년 대비 약 1.5배 이상 많은 양의 원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그리고 원유 탐사작업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어 이 수치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전세계 원유 확인매장량 추이 ]

자료: BP(2018년), 삼성증권

 

눈을 생산량으로 돌려 살펴보았을 때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미국이 전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전세계 석유 생산량의 약 16.2%(2018년 기준) 차지하며 중동지역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에 분쟁을 겪고 있는 이란 역시 세계 5대 산유국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란에 대한 미국의 석유수출 제재는 이란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 전세계 원유 생산국/소비국 순위 ]

자료: BP(2018년), 삼성증권

 

반면, 원유 소비량으로 전세계 국가들의 순위를 매겼을 때는 전세계 경제 규모 순위와 유사한 모습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2.8%), 중국(13.5%), 일본(3.9%), 독일(2.3%)이 막대한 석유를 수입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OPEC회원국 vs. 비회원국 산유량 비중 ]

자료: BP(2018년), 삼성증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석유수출기구(OPEC)의 지위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지난 10년 사이 미국, 남미, 러시아 등의 생산량 증가와 OPEC회원국인 카타르 탈퇴 등의 이슈를 겪으며 과거 원유가격을 좌지우지 했던 위력은 크게 감소한 모습입니다. 더불어 최근 또 다른 회원국인 에콰도르 역시 회원탈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OPEC의 결속력은 더욱 의심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만약 만약 OPEC이 해체된다면 원유가격의 변동성은 극심해질 수 있습니다. 가격을 내려 시장 지배력을 높이거나 선두업체의 가격상승에 발맞추며 천정부지로 가격상승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증시는 하락을 멈추고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이후 나타냈습니다. 더불어 대체로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이슈에 비해 국제유가의 변동성은 예전보다 크지 않았던 모습입니다. 하지만 사태를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도 없습니다. 이란의 보복의지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규모 테러나 공격이 발생할 경우 사태는 진화할 수 없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아직 긴장을 늦추긴 일러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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