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이후 마주하게 될 환경
반복적으로 경험해 온 여론조사의 오차는 각종의 선거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대 시켰다. 가까운 예로 브렉시트가 있었고, 현재 마주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좋은 사례이다.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던 초기 국면과 달리, 결정의 날이 다가올수록 시장의 공포지수는 상승했다. 누가 될지도 주요 이슈였지만 그 이후 마주하게 될 환경도 가늠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체감하고 있는 불확실성은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특이한 상황은 아니다. 과거부터 대선 전후의 노이즈는 상존해 왔었고, 이는 빠르게 해소되어 왔다. 오히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12월 금리인상 여부와 그것을 뒷받침할 인플레이션 환경이다. 그리고 주요 지표는 상기의 신호를 이미 보내고 있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완연한 대선국면,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
특정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이렇게까지 영향 받은 까닭은 올 상반기에 경험한 브렉시트의 잔상 덕분이다. 박빙이긴 할지라도 EU 잔류를 예상했던 대부분의 기대를 져버리며, 여전히 소음을 생산 중인 브렉시트 이슈는 미국 대선의 진행과정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사상 초유의 강성 후보로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의 영향력은 주로 부정적인 기류가 대부분 이였다. 그것은 그의 자질과 역량에 기인하기 보다는, 주류 움직임과 다른 그의 돌발성향이 주요인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구간에서 시장의 경계 심리는 급등하였고, S&P500 지수는 36년만에 처음으로 9일 연속 하락하는 양상을 나타냈다(그림1). 그리고 그가 멕시코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일국의 환율이 그의 지지율과 연동하는 모습도 무척이나 생경한 모습이다(그림 2). 그만큼 최근 조정국면은 시장참여자의 불안심리가 반영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반대로, 대선결과가 기대치에 부합할 경우 빠른 반등을 보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실제 힐러리에 대한 FBI의 수사가 종결했다는 소식과 함께 시장은 급등했고, 여타 공포지수는 빠르게 안정세를 취했다(그림1). 어쨌든 예측 가능한 범주의 인물은 힐러리 클린턴임이 확실한 것이다.
과거 사례에서도 대선 이후 빠른 안정세 확인
(그림 3)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표'는 뉴스 흐름의 분석을 통해 현재 경제정책 방향성을 가 늠할 수 있게 한다. 지난 6차례 미국 대선 전후의 평균 추이를 살펴보면 대선 전 급격히 증 가하던 정책 불확실성이 대선 직후 급감하며 안정세를 찾아가는 양상을 확인 할 수 있다. 즉 금번 미 대선을 앞두고 증가한 시장의 경계심리는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며, 그 강도의 차이 는 있을지언정 과거에도 꾸준하게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위험선호와 직결되는 투기등급 채권의 스프레드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6차례 대선 전후를 기점으로 급등과 안정세를 반복해 왔음을 알 수 있다(그림 4). 이러한 사실은 금번에도 통용될 가능성이 상당하며 대선 그 자체가 지속적인 노이즈를 생산할 확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임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선거 결과가 시장의 기 대치를 외면하는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시장의 변동성 확대국면이 장기화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사상 초유의 국가 연합체 이탈사건인 브렉시트의 경우에도 글로벌 증시의 상당 수는 2주내 원래 가격을 대부분 회복했다. 물론 트럼프 당선의 파급효과가 브렉시트의 그것을 초과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실제 트럼프의 공약 이행의 현실성이 낮다는 점, 그리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미국 정치 시스템이 건전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의 시간을 소요하더라도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견조한 고용시장의 성장, 그리고 확인되는 인플레이션
대선국면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투자자의 시선은 매크로 환경과 주요 정책방향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대선 직전 존재감 없이 지나간 11월 FOMC에서는 경기 회복 시그널이 조금 더(Some further) 확인 된다면 금리인상을 진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지난 주 금요일 발표된 고용시장의 견조함은 연준이 언급 한 '조금 더 회복'에 충분히 부합하는 수준으로 판단된다(그림 5). 고용자 수 절대치는 시장의 기대치에 조금 미치는 16.1만명 수준이었으나 지난 2개월치가 상향조정 됐고 임금상승률이 2.8%를 기록하며 7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까닭이다.
금번 고용지표에서 확인된 실물경기의 회복 시그널은 연준이 목표로 하는 2%의 인플레이션 환경에 근접해 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그림 6). 그리고 이것에 대한 조심스런 확인 절차로 12월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9월 FOMC와 달리 시장의 반응이 더 차분한 이유도 긴축보다 인플레이션의 상승에 더 방점을 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12월 금리인상 이벤트는 긴축의 시발점 이라기보다 인플레이션 회복의 개시라는 뉘앙스가 더욱 강하다. 연준은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 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수 차례 지연해 왔으며 장기금리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함으로써 긴축의 속도를 조절해 왔다. 더불어 옐런 의장은 고압 경제(High Pressure Economy) 설파하며 실질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초과수요 상태를 용인할 것임을 시사했다. 즉 연준은 인플레이션 드라이브 기조 속에서 느슨한 속도의 금리 정상화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이는 전반적인 자산가격의 상승 측 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며,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반한 이머징 경기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의 역효과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
기준금리와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명목금리의 상승은 주식자산의 할인율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며 밸류에이션 논쟁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유동성의 수익률 추구로 형성된 최근 자산가격의 상승배경은 이러한 논쟁의 설득력을 더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식자산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 판단한다.
명목금리 상승에 따른 할인율 증가는 분명 가격 조정의 이유로 설명 될 수 있으나, 현재 금리 수준에 비춰본 밸류에이션은 고점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그림 7)은 S&P500의 장기 추이설명에 있어 설명력이 높은 CAPE(Cyclically Adjusted P/E) Ratio이다. 현재 레벨은 26배 전후로 역사적 고점대비 상대적 여유가 있음은 물론, 과거 금리수준과 비교 했을 시 절대적인 레벨도 높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여전히 미 국채 수익률은 역사적 최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에 반해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국채 수익의 몇 배에 이르고 있다. 장기적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 될 것을 감안한다면,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더 리레팅될 여지가 높다고 판단한다. 실제 자산가격의 버블을 우려하는 다수의 투자자와 달리, 미 연준 이사들의 판단은 아직 버블이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표 1)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연준 이사들은 버블에 대한 시장의 질문에 항상 경계감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버블로 볼 수 있는 신호가 없다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이 아직 발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먼저 염려하기에는 아직 진행과정이 짧은 감이 있다. 오히려 초기에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명목 가격표시 자산과 수익성의 상승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금융, 소재 등 인플레이션 민감 섹터의 상승 기대
전술한 바와 같이 인플레이션의 상승은 실물자산 가격의 상승을 촉발하고, 이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머징 시장의 센티멘트 개선에 긍정적이며, 올해 초부터 이어져 온 이머징의 상대적 강세를 지속하게 할 근거가 될 것으로 본다(그림 8). 그간 국내 주식의 주요 수급 원천도 외국인 투자자임을 감안 할 때, 선진국 발(發) 인플레이션 드라이브는 내외부 소음으로 혼란한 국내 주식시장에 중장기적 활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S&P500 내에서 금융과 에너지 그리고 소재와 산업재 섹터는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시 대표적 수혜 섹터로 꼽힌다(그림 9). 국내의 경우도 유사한 성과가 기대되는 한편, 인플레이션 중립적인 IT섹터의 경우 상대적 실적개선 효과로 중립 이상의 성과가 기대된다. 특히 금리인상이 가시화 되는 현 시점에서 은행주의 강세는 다시 한번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