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유가는(11월 9일 ~ 13일) 공급과잉 불안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11주만에 최저치로 하락하였다. 13일 마감 기준 WTI 가격은 40.22달러까지 하락하여 지난 8월 2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국제유가의 하락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2일 '세계 에너지 전망'(WEO-2015)을 통해 2020년 후반에야 국제 원유 가격이 80달러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였으나, 그 시기는 더욱 장기화 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공급과잉과 수요감소의 이중고 속에서 국제유가의 상승반전 가능성을 이야기 하는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원유 공급과잉의 가속화 지속

원유의 공급과잉을 나타내는 시장지표는 국제유가와는 반대로 여전히 뜨겁다. IEA는 14일 월간 보고서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非OPEC 국가의 산유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세계 원유 비축량이 약 30억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전월 세계 원유 공급량은 하루 9,700만 배럴로 작년보다 200만 배럴이 증가했으며, 이 중 OPEC 회원국의 산유량 증가분이 2/3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우디 및 이라크 등 중동국가들이 미국 및 유럽의 구매처 확보를 위한 경쟁 심화로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사우디 최대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칼리드 알팔리 최고경영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재정적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 확보하기 위해 생산량을 감축할 계획이 없음을 천명하였다. 이라크의 경우도 적극적인 구매자 확보를 위해 원유가격을 상당부분 할인하여 공급을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년 초 대(對) 이란 경제제재 해제 시, 이란이 유럽 등으로 원유 수출을 가속화 할 경우 유가 가격 하락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PEC 회원국 간의 진흙탕 싸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도 감산 없이 산유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더불어 미국의 셰일오일은 생산 감소세를 전망하면서도 그 생산량은 OPEC국가들에게 여전히 위협적이다. OPEC 회원국간의 경쟁과 미국 셰일오일, 그리고 러시아를 위시한 비(非)OPEC국의 경쟁구도는 점점 심화되는 양상으로 그들의 원유 물량 공세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2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원유 공급량은 2014년 수요량을 초과한 이후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원유 수요 증가도 요원한 상황

IEA는 2016년도 일일 국제 원유 수요량은 120만 배럴 수준으로 올해 180만 배럴 대비 약 3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2020년까지 장기전망은 이보다 더 부정적인 연평균 90만 배럴로 예상). OPEC 역시 이와 비슷한 하루 126만 배럴로 수요량을 낮춰 잡았으며, 스위스 UBS는 이보다 더 낮은 110만 배럴을 전망했다.

세계 경제주체들의 가벼워진 지갑은 장기간 바겐세일을 진행중인 원유를 구매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는 G20 개최를 앞두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각각 3.1%, 3.6%로 기존보다 0.2% 하향 조정하여 발표하였다. 이는 13년과 14년 발표했던 3.3%, 3.4% 보다 더 낮은 수치로,글로벌 경제의 회복은 아직까지 불투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자재, 특히 원유 수요 감소는 명약관화한 상황이며, 세계 원유 수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국 경기둔화의 장기화는 원유 가격 회복에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유 추가 하락을 염두한 대응이 필요할 때

원유 가격의 단순한 기술적 반등을 논하기에는 아직까지 이른 시점으로 보인다. 상기 언급된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은 단기간 해소되기에는 많은 장벽이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 하락은 해당 품목 수출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되고, 이로 인해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하게 되는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더불어 美 금리 인상은 원유의 투기수요마저도 앗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유가 상승과 연계된 ETF와 유가와 밀접한 주식은 (에너지, 건설, 조선 등) 여전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유효해 보이며,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 시장의 비중은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유가격의 상승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증가가 가장 확실한 촉매가 될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OPEC회원국의 생산량 감축 소식이 촉매가 될 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촉매들이 시장에 발현되기까지의 시간은 장기화 될 조짐이다.